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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일지

명상 지도자 첫 수업 후기, 진수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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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무언가를 배운 다는 것은 늘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다. 같은 관심사를 통해 누구를 만날 지에 대한 인연의 기대감도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확장 역시 큰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기대감을 잔뜩 안고서 나는 그동안 배워야지 하고 미루고 있었던 명상지도자 과정의 수업을 신청했다.

 

 오랜만에 캠퍼스를 오니 20살에 처음 대학 입학했을때가 생각난다. 겨울의 끝자락, 그리고 봄의 시작인 3월, 이때의 날씨는 햇볕 아래는 따뜻했고 그늘은 추웠다. 그래도 갖고 있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춥다는 생각보다는 봄의 따스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게시판에 붙은 벽보도 구경하고 캠퍼스 건물, 벤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명상수업이 있는 좌선실로 향했다.

 

 마치 동굴속을 들어가듯 좌선실을 향해 계단을 내려갔을 때에는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기억 속에서 이 느낌을 더듬거리며 찾아보았더니 학생 시절 이른 아침에 수업을 받았던 교실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나는 시멘트 향과 차가운 공기, 특히나 이 느낌은 새로 지은 건물보다는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에서 느껴졌다. 싫다, 좋다의 감정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이 시원함 느낌이 좋다. 마치 뜨거운 여름 체육시간에 땀을 흘리고 수업받은 후 교실로 들어가는 데 시원한 한기가 느껴진다랄까? 아무튼 명상 수업을 받으러 가는 과정 역시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 상태였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학교 다닐때처럼 책상과 의자를 두고 학생들은 칠판 쪽을 바라보고 선생님은 학생 쪽을 바라보는 기존의 수업방식일지, 아니면 명상수업인 만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강의실에 도착해서 처음 만난 인연은 홀리 선생님이었다. 홀리 선생님은 처음인 나에게 강의실 불 켜는 것과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략적으로 알려주셨다. 그리고 곧이어 혜명 교수님과 정문스님께서 오셨고, 혜명 교수님은 나의 궁금증을 바로 해소해주셨다. 명상 수업인 만큼 의자나 책상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방석 두 개를 겹쳐 아빠 다리를 한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칠판 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 서로가 볼 수 있도록 마치 봄 소풍날 수건 돌리기를 하듯 원으로 둘러앉아 진행되었다.

 

 하나, 둘 동기가 될 학우분이 도착했고, 선생님과 교수님을 포함해 총 16명이 한 강의실에 모였다. 사실 이부분에 있어서 나는 오해를 했는데, 명상이라는 것이 아직은 주류보다는 비주류 문화라고 생각한 탓에 배우는 사람들이 10명 내일 줄 알았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우와 함께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이기에 바로 수업을 들어가기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다른 학우를 더 기다렸다.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동국대 서울컴패스 정보문화관 P동인데, 이렇게 글로 써도 길게 쓰는 만큼 큰 캠퍼스 안에서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런 점을 배려해 교수님께서는 정시에 수업을 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을 뒀던 것이었다. 기다림의 시간 후 비어있던 방석 위를 학우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거의 다 채웠을 때 수업은 시작되었다.

 

 마치 다큐멘터리 1부,2부,3부 처럼 각 시간마다 혜명 교수님, 홀리 선생님, 홍일 선생님 순서로 진행됐다. 처음 혜명 교수님의 수업시간에는 명상의 어원부터 현재 명상 시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거 교수님께서 명상을 가르쳤던 에피소드에 대해 가볍게 진행되었다. 조금 창피한 이야기지만 명상에 대한 영어 어원은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명과 상에 대한 한자어에 대한 뜻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명상의 어원은 어두울 명(冥) 그리고 생각 상(想)을 쓴다. 일본에서는 어두울 명 옆에 눈목 자를 옆에 붙여 감을 명(瞑)으로 쓴다. 한대 때려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두울 명에 대한 한자의 어원을 다시 보면 해 위에 지붕이 있고 그 밑에 숫자 6이 붙음으로써 6일 동안 어두운 곳에서 생각을 한다는 명상의 핵심을 알려준다. 이렇게 다시 정리하는 이유는 명상 지도자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가르치려면 이 뜻부터 시작해 알려줘야 하는데, 이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짜 냄새나는 가벼운 명상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후기와 함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혜명교수님의 1부 수업을 마치고 2부 수업은 홀리 선생님의 가벼운 요가로 몸을 이완시키는 수업으로 이어졌다. 홀리 선생님은 원래 경제부 기자로 사회활동을 하시다가 요가를 하게 되었고, 요가를 배우다 더 근본적인 것에 관심을 두다가 명상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고 하셨다. 홀리 선생님의 말씀 중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우리나라 요가 시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가원까지 차릴 정도로 요가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셨던 홀리 선생님은우리나라 요가가 상업적으로 너무 피트니스에 초점을 둔 게 아쉽다고 했다. 2년정도 요가를 하고 요가 강사 자격 교육까지 받다가 요가가 싫어졌던 경험이 있던 나에게는 너무 와 닿는 이야기였다. 마음의 정화를 위해 요가를 배웠지만 요가로 돈 버는 자격증 판매하는데만 집중했고 마음의 정돈보다는 요가 동작(아사나)을 완성시키는 교육 위주로 진행했다. 그런 점에서 홀리선생님과의 인연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요가로 이완을 시키고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3부, 홍일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홍일 선생님 역시 앞서 홀리 선생님의 요가처럼 몸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했는데, 앞의 요가가 부드럽게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액티브하게 진행되었다. 자세를 맞추고 힘을 키워나가는 과정이었다. 명상의 카테고리를 정리해주셨는데, 진수, 걷기 명상, 소리명상(만트라), 절명상, 참장(입선) 순으로 알려주셨다. 오늘 수업은 그중에서도 진수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진수란 떨 진(振) 손 수(手)로 직역하면 진동하는 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행법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의 서기가 필요했는데, 이는 활처럼 휘어있는 척추뼈를 1자로 세우고 골반을 후방 경사시킨 후, 양발을 골반 넓이로 한 상태에서 발 뒤꿈치를 바깥쪽으로 돌려 발의 위치를 11자로 둔 자세였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무릎은 굽히게 된다. 그리고 양팔은 통나무를 안듯 자연스럽게 둔다. 그리고 양팔을 흔들어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자극시켰다. 한두 번은 할만했는데, 선생님께서 500번을 해야 한다고 하니 일단 심리적으로 너무 크게 느껴져 힘들다는 생각과 실제로 반복하다 보니 꽤 어려운 수행법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자세는 발가락과 발바닥에 힘을 쓰게 되는데 하면 할수록 이 통증이 커진다. 선생님은 처음엔 다 그런 과정이 있다고 했다. 이 수행법을 매일 하면 한 달만 해도 기력이 회복되고 컨디션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업을 많이 해본 결과 매일 이수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나라도 해야지') 처음 500번이라고 들었을 때에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하면서 내 몸을 느껴보니, 신기하게도 그동안 달고 살던 허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자세를 반복하면 디톡스 효과가 일어나는데 몸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밖으로 내뿜기 때문에 수행 시에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 날따라 내가 컨디션이 좋았는지 아니면 정말 홍일 선생님의 말씀대로 수행을 해서 기력을 되찾은 덕인지 나는 수업 내내 명료한 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늘 피로감을 달고 살던 내가 졸리지도 않고 알찬 하루를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한 다음날인 오늘도 진수 수행을 진행했다. 몸으로 느껴지는 즉각적인 효과인 만큼 내 체력과 집중력을 위해서 수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총 3부의 수업이 끝났고, 이제 어느 수업이든, 어느 학교던 처음 하는 자기소개 시간이 돌아왔다. 자기소개 시간에는 수업 동안 불릴 닉네임을 정하고 그 닉네임을 정한 이유와 명상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다시 입학한 기분도 들고 어릴 적 수련회의 기억들이 피어나 재미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명상을 하게 된 계기는 비슷했다. 지나친 사회생활로 인해 번아웃을 느끼기도 했고, 성취에 대한 집착 그리고 우울과 불안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이러한 계기로 명상을 한만큼 같은 결 위에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다. 모든 사람이 둘러앉아 자기소개를 마친 후 조금 친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해서 각자의 닉네임을 불러보았다. 이번에도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멜로디와 함께 어색한 분위기를 바꿨던 시절. 혜명 교수님께서는 이를 아이스 브레이킹이라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닉네임 부르는 시간까지 마치고 반장 선출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먼저 반장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편이다. 반대표나 반장을 많이 해보기도 했지만 그냥 반장 할 사람? 하고 서로 쭈볏쭈볏 거리고 눈치 보며 어색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내가 하고 학우들을 도와주는 게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가 하겠다고 얘기를 했으나 원래 명상지도자 과정의 법칙은 최고 연장자이며 남자 수강생이 해야 한다고 했다. 남자 수강생이긴 했지만 최고 연장자가 아닌 탓에 나는 반장이 아닌 총무가 되었고 반장은 멀리 강화도에서 이곳 충무로까지 수업을 오는 무리님이 맡아주셨다.

 

 반장 선출과 총무 자리 배정이 끝나니 오후 5시가 되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하루, 3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오늘 수업은 굉장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늘 관심을 가졌던 분야이기도 했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모임의 자리여서 그런지 내 집중력이 최대치가 된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진짜 명상가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첫 시작이 기분 좋은 만큼 앞으로 마무리까지 재미있는 일이 가득할 것 같다. 오늘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평안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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