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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일지

명상 일지#4 걷기 명상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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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명상지도자 과정 2회 차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첫 주와 마찬가지로 처음 명상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수업을 진행해주셨고 이어 홍일 선생님께서 걷기 명상을 진행했다. 걷기 명상은 예전에 명상 관련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만큼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걷기 명상 진행방식은 간단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한걸음, 한걸음 걸음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나는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정도는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걷기 명상에 대한 홍일 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명상을 한다고 앉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특히 앉은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금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 꼭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움직이고 싶어 지죠."

 

"특히 명상을 처음 겪는 분들께는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움직이자, 움직이며 명상을 하자는 취지로 걷기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공감되는 말씀이었다. 특히 오만가지 잡념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오만가지의 생각 앞에서 몸집을 키워야만 그 생각에 맞설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다.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면서 그 오만가지 생각에 대한 대처능력이 커지기도 하지만 앉아있기만 하면 실제로 1시간을 한다면 명상 상태에 있는 시간은 10분 내외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 또한 공감이 됐다. 명상한다고 앉아있으면 호흡에 집중하긴 하지만 실제로 호흡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10%의 시간도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는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서 부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질이 인간에게 마치 관성처럼 여겨진다면 그 관성을 역이용해 몸을 움직이며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걷기 명상이 되는 것이었다.

 

 걷기 명상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워밍업으로 지난 시간에 했던 진수 300회와 웨이트 트레이닝의 스쾃 와 비슷한 바위 들어 올리기 수행을 진행했다. 나름 집에서 진수 수행을 계속 해왔다고 자부한 덕분에 진수 수행이 자신 있었다. 집에서 하듯 다리를 벌리고 골반을 내려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자만이었다. 엄지발가락이 골반의 튀어나온 쪽과 일직선이 되어야 하는데 내 발은 어깨넓이보다 넓게 벌려있었고 척추를 1자로 세워 넣기 위해 후방 경사를 만들어낸 골반은 너무 내려버려 등까지 굽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시 선생님께 자세 교정을 받고 300회를 진행했다. 진수 수행을 하면 홍일 선생님의 말씀대로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플라세보 효과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효과가 있다. 이어서 바위 들어 올리기 12회를 진행했다.

 

 어느 정도 워밍업을 거쳐 본격적인 걷기 명상으로 시작되었다. 교실 가운데로 짐과 방석을 옮기고 원을 그리며 우측으로 걸었다. 걷기 명상의 핵심은 내 신체가 걷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걷기가 중요한데, 올바른 걷기란 뒤꿈치가 지면에 닿고 연속적으로 아치를 지나 앞꿈치 그리고 발가락 끝까지 지면에 닿았을 때 다른 쪽 발의 무릎을 굽혀 반복하는 것이다. 글만 읽으면 "이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당연한 것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발도장을 찍듯 발 전체에 힘을 줘야 했고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하다 보니 무릎과 골반 허리 어깨 팔, 손가락 끝까지 내 몸은 긴장하고 있었다. 

 

 너무 빨라서도 안되고 너무 느려서도 안되고 원래 자기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만약 앞에 사람이 천천히 걷는다면 잠시 멈추어 다시 집중하면서 걸으면 되었다. 시선은 바닥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보며 허리를 펴고 걸어야 했다. 평소 등이 굽은 편이라 그런지 나는 자꾸 목이 내려가고 시선은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걷는 자세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발바닥 위주로 한걸음 한걸음 집중하는 동안 홍일 선생님의 구령 소리가 들린다.

 

"생각을 밀쳐내세요."

 

"떠오르는 이미지를 밀쳐내세요"

 

"이번에는 발목에 집중해보세요"

 

 

딴생각을 하다가도, 구령 소리가 들리면 다시 집중을 하게 되었다. 발목부터 시작된 집중점(의식하는 구간)은 골반 척추를 지나 어깨와 손바닥까지 온몸에 걸쳐 진행되었다. 일정 시간 우측으로 원을 그렸다면 반대쪽으로 또 같은 시간 동안 원을 그려주며 걷기 명상은 계속되었다. 원을 그리는 이유는 팔괘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는데 원을 만들어 돌 때 에너지가 안으로 모이기에 걷기 명상은 원을 그릴 수 있는 공간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물론 완전한 명상 상태가 되진 않았지만 그 비슷한 집중을 느꼈던 것 같았다. 대충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봤을 때에는 수업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4시 40분이었다. 발끝으로 시작해 온몸으로 느끼는 걷기 명상은 끝이 났고 나는 새삼 걷기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나는 걷기 위해서 어렸을 때 부단히 노력했지 않았나 싶었다. 수십수백 번을 넘어졌을 것이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 나는 결국 걷는 데에 자연스러워져 지금의 걷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를 감사함이 마구 솟구쳤다. 이게 바로 명상의 효과가 아닐까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호흡을 다시 배워 가듯 걷는 것 역시 새로 배우니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재미만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곱씹으며 걷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아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기에..)

 

 예전에 한 명상책에서 읽었던 왼발, 오른발 걷는 발에만 집중하는 명상보다 더 깊은 방법을 알게 되어 오늘의 수업은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큰 재미와 깨달음이 되었다. 앞으로도 앉아서 하는 명상뿐 아니라 다양한 명상 수행을 통해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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