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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일지

명상일지 #2 야외에서 명상을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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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치 '나 명상 배우는 사람이에요'라고 광고라도 하듯 근처 공원에 나가 명상을 시도했다. 늘 가던 산책코스를 지나 근처 숲이라고 불리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 벤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니 낮 시간대라 그런지 내 또래의 사람들보다는 어르신이 많이 보였다.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사실 명상을 한다고 나갔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나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일 뿐인데 괜히 나에 대해 한소리씩 하고 지나가는 것 같은 걱정이 피어올랐다. 머릿속의 시끄러운 방송을 끄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명상을 했다.

 

어제와 같이 호흡 한번에 숫자 하나씩을 세며 집중했다. 숫자를 얼마나 셌는지는 모르겠지만 야외 명상에서 느낀 점은 시각 정보가 차단이 되니 청각과 촉각 정보가 조금 뚜렷해졌다. 소리에 집중해봤다. 소리에 집중했을 때에는 다양한 새소리가 들렸다. 시골에서 자주 들었던 뻐꾸기 소리부터 까치인지 참새인지 모르는 재잘거리는 소리까지 다양한 소리가 겹쳐서 들렸다. 또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은 소리에 집중할 때 그 소리의 방향으로 청각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감았던 눈꺼풀 뒤 안구의 눈동자까지 따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명상 상태여서 느낀 것인지, 명상에 집중하지 못해 감각에 의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자연 속에서 동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숫자 80을 세고 100에 가까워질때쯤 또 한 가지 경험한 게 있는데, 호흡을 85번쯤 했을 때 들렸던 사이렌 소리였다. 경찰차인지 구급차인지는 모르겠지만 85번째 호흡을 했을 때 아주 큰소리로 사이렌 소리가 내쪽으로 가까워졌다가 차츰 멀어졌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기억나는 것을 보아하니 자극은 기억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외에 내 안에서는 많은 생각이 일어났는데 크게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저 흘러 지나갔을 뿐이다. 행복한 기분도 아니었고 슬픈 기분도 아니었다. 그냥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호흡 100번을 깊게 하고 눈을 살짝 떴다. 감은 눈 뒤로 자외선이 통과했는지 세상은 파랗게 되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색을 가진 세상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야외 명상을 해보니 처음 걱정만큼 누군가 쳐다보거나 누가 험담을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명상을 하기 전 내가 만들어낸 허구였음을 알게 되었다. 

 

짧은 명상 수련이었지만, 앞으로의 명상 활동에 있어서 또 하나의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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